IE 제10회 후배사랑 소액 장학금







[ 공대 채용정보 ]

와글와글방  -  사랑과 우정, 마음을 나누는 즐거움이 넘치는 곳 ※ 비방 등 상처가 될 수 있는 글은 찌라시처럼 삭제합니다.

Oct 31 Mon, 11:54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글...

조회 수 4467 추천 수 2

//한번쯤 읽어 볼 만한 글...

 

.개인적으로 논쟁의 시작->by 사티레브->by 아나야함 순으로 읽는게 질서정연한듯 하다.

 
 

ⓐ 논쟁의 시작

 

교수: 자네는 크리스찬이지?


학생: 네, 교수님.


교수: 그래, 자네는 신을 믿는가?


학생: 물론입니다, 교수님.


교수: 신은 선한가?


학생: 그럼요.


교수: 신은 전능한가?


학생: 네.


교수: 내 동생은 신께 고쳐달라고 기도했지만 암으로 죽었네. 대개의 사람들은 누군가 아플 때 도와주려 하지. 하지만 신은 그러지 않았네. 이런데도 신이 선한가? 음?

(학생은 침묵한다.)
 

교수: 대답을 못하는군. 그럼 다시 묻지, 젊은이. 신은 선한가?


학생: 네.


교수: 그럼 사탄은 선한가?


학생: 아닙니다.


교수: 사탄은 어디서 태어났지?


학생: …신에서 …부터지요.
(루시퍼라는 천사가 후에 타락하여 사탄이 된…)

 
교수: 그렇다네. 그러면 말해보게, 세상에 악이 있는가?


학생: 네.


교수: 악은 어디에나 있지, 그렇지 아니한가? 그리고 신은 모든것을 만들었지. 맞는가?


학생: 네.


교수: 그렇다면 악은 누가 만들었는가?

(학생은 대답하지 않는다.)


교수: 세상에는 아픔, 부도덕, 추함 등의 추악한 것들이 존재하지, 그렇지?


학생: 그렇습니다, 교수님.


교수: 그렇다면 누가 그것들을 만들었나?

(학생은 대답하지 않는다.)

 
교수: 과학은 사람이 세상은 인지하는데 5가지 감각을 사용한다고 하지. 그렇다면 대답해보게 젊은이, 신을 본적이 있는가?


학생: 못 봤습니다, 교수님.


교수: 그렇다면 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학생: 아니오, 교수님.


교수: 그렇다면 신을 느끼거나, 맛보거나, 냄새 맡은 적도 없는가? 신을 어떠한 감각으로도 인지한 적이 있는가?


학생: 아니오, 없습니다. 교수님.


교수: 그런데도 아직 신을 믿나?


학생: 네.


교수: 과학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논증으로 신이 없다고 말하네. 자네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생: 저는 단지 믿음이 있을 뿐입니다.


교수: 그래, 믿음. 그게 과학이 가지지 못 한 것이지.


학생: 교수님, 세상에 열이란 것이 있습니까?


교수: 물론이지.


학생: 그러면 차가움이란 것도 있겠지요?


교수: 그렇다네.


학생: 아닙니다, 교수님. 그런 것은 없지요.

(강의실은 이 반전에 순간 적막이 흘렀다)

 
학생: 교수님, 많은 열, 더 많은 열, 초열, 백열, 아니면 아주 적은 열이나 열의 부재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가움이란 것은 없지요. 영하 273도의 열의 부재 상태로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이하로 만들 수는 없지요. 차가움이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차가움이란 단어는 단지 열의 부재를 나타낼 뿐이지 그것을 계량할 수는 없지요. 열은 에너지이지만, 차가움은 열의 반대가 아닙니다. 교수님. 그저 열의 부재일뿐이지요.

(강의실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학생: 그렇다면 어둠은 어떻습니까, 교수님? 어둠이란 것이 존재하나요?

 
교수: 그렇지. 어둠이 없다면 밤이 도대체 왜 오는가?


학생: 그렇지 않습니다, 교수님. 어둠 역시 무엇인가 부재하기 때문에 생기지요. 아주 적은 빛, 보통 빛, 밝은 빛, 눈부신 빛이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아무 빛도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둠이라 부르는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실제로 어둠이란 것은 없지요. 만약 있다면 어둠을 더 어둡게 만들 수 있겠지요, 그럴 수 있나요?


교수: 그래, 요점이 뭔가, 젊은이?


학생: 교수님, 제 요점은 교수님이 잘못된 전제를 내리시고 있다는 겁니다.


교수: 잘못되었다고? 설명해 줄 수 있겠나?


학생: 교수님, 교수님은 이분법적인 오류를 범하고 계십니다. 생명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선한 신이 있으면 악한 신이 있다는 논지이지요. 교수님은 신을 유한한, 우리가 측정 가능한 분이라 보고 계십니다. 교수님, 과학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다는 점조차 설명을 못합니다. 전기와 자기를 말하지만, 볼 수는 없지요.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건 물론이구요. 죽음을 생명의 반대로 보는 건 죽음이란 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무지해서 그런 겁니다. 죽음은 생명의 반대가 아니라 단지 생명의 부재일뿐이지요. 교수님은 사람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 가르치십니까?


교수: 자연 진화 과정을 말하는 거라면 그렇다네.


학생: 그렇다면, 진화의 과정을 눈으로 목격한 적이 있습니까, 교수님?

(교수는 논리가 성립되어감을 보고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 아무도 진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목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을 증명하지도 못했으니 교수님은 개인의 의견을 가르치시는 거 겠군요, 교수님. 마치 과학자가 아닌 연설가 처럼요.

(강의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학생: 이 강의실에 교수님의 뇌를 본 사람이 있나요?

(강의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학생: 여기에 교수님의 뇌를 듣거나, 느끼거나, 맛보거나, 냄새 맡은 적이 있는 분에 계십니까? … 아무도 그런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러면 과학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논증으로 교수님의 뇌가 없다고 말하는군요. 그렇다면 교수님의 강의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습니까?

(강의실은 고요했다. 교수는 심오한 표정으로 학생을 응시했다.)

 
교수: 사실을 믿는 수밖에 없겠군, 젊은이.


학생: 바로 그겁니다, 교수님. 신 과 인간의 관계는 "믿음" 입니다. 그게 바로 모든 것을 움직이고 생명 있게 만드는 것이지요.

(교수는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교수의 시선에 따라 학생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교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그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교수: 무슨 일인가?

 

 

ⓑ-① 학생에 대한 첫번째 반박 by 사티레브

 

사티레브: 저는 사티레브(Satirev)입니다. 이 대학의 졸업생이죠.


교수: 그래, 왜 손을 들었는가?


사티레브: 저 돌아버린 학생과 그 학생을 인정하는 어떤 멍청한 남자 때문에 이 강의실을 나갈까 해서 말입니다.

(사티레브의 말에 교수와 학생은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그가 자신을 향해 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교수: 누구에 대한 불만인가. 나인가, 아니면 저 젊은이인가?


사티레브: 저 젊은이가 돌아버린 자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교수님께서 이렇게 버벅 거릴 줄은 몰랐습니다.


학생: 제가 말한 것에 문제가 있습니까?


사티레브: 문제가 없는 게 뭐냐고 묻는 게 더 빠를 듯하군.

(사티레브는 강의실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학생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그를 보며 조용히 숨을 쉬었다.
 학생과 사티레브는 서로 마주보고 서있었다.)


사티레브: 자네는 전자기파에 대해서 언급했었지. 그럼 묻겠네, 자네는 분명 어떠한 감각기관으로도 신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지. 그리고 자네는 전자기와 신 모두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럼 자네는 어떻게 예시로 든 전자기파라는 것을 알고 논하는가? 전자기파도 믿는가? 퀄컴은 자네가 믿는 두 번째 신인가?

(사티레브의 말에 일각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학생: 오감으로 인지할 수 없는, 그러나 실재하는 것이 있음을 말하려 한 것입니다.


사티레브: 말장난이네. 우리의 오감은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우리는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는 걸 지각할 수 없다네. 고래의 초저주파, 박쥐의 초음파 등이 그러하지. 그러면 우리가 지금 논하는 초저주파, 초음파는 모두 믿음의 결과물이겠네, 안 그런가?

(학생은 말이 없었다.)

 
사티레브: 우린 지각할 수 없는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시켜오고 있지. 들리지 않는 라디오 전파는 라디오 회로를 거쳐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뀐다네. 아, 자네는 라디오 전파도 믿는가? 어느 채널을 믿는가?

(강의실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사티레브: 우린 자네가 지각 불가능하다고 내민 예시를 이미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지각하고 있지. 그래프로든 소리로든 간에.

(학생은 긴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신이 지각 불가능한 대상이라는 건 괜찮은 접근이라네. 불가지론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과학으로도 관측되지 않는, 바로 그 절대자 말일세. 하지만 말이야, 과학으로 관측되지 않는 개체가 또 있다네.


학생: 천사 말입니까?


사티레브: 아니네. 바로 제우스라네.

(제우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강의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학생: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말씀하십니까?


사 티레브: 아니라네. 그리스 경전의 제우스를 말하네. 자네에겐 그것이 신화일지 모르겠지만, 유대민족들이 믿던 신화에 비하면 그리스 경전은 더욱 감성적이고 인간적이며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예수의 희생도 프로메테우스의 희생에 비할 바가 못 되지. 야훼는 태초부터 존재하여 인간 세상에 오지랖이란 오지랖을 다 떨지만 제우스는 타이탄 신들과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낸 개척자라네. 자네가 소위 성경이라 부르는 기독경은 제우스가 세상에 내린 두 번째 판도라의 상자라네. 그걸 연 자네는 그의 함정에 빠진 거라네.


학생: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집필자가 밝혀져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이것이 판도라의 상자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사티레브: 느낄 수 없다는 게 바로 판도라의 상자라는 증거라네. 교묘한 함정은 토끼가 전혀 느낄 수 없게 짜여있다네.


학생: 기존의 상식을 깨는 주장이군요.


사티레브: 반증이 가능한가? 나는 제우스와 믿음으로 관계하고 있다네.

(학생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판 논리의 함정에 빠졌음을 안 그는 당혹감을 느꼈다.)

 
사티레브: 그리고 제우스는 자네 같은 크리스찬들을 전부 타르타로스에 넣을 것이라 하였네. 가짜 신을 믿는다는 이유로.
학생: 그런 구절은 그리스 신… 경전에 없을 텐데요.


사티레브: 나와 제우스는 책이 아닌 믿음으로 관계한다네. 자네들이 성령이라 부르는, 그런 것과 비슷한 개념이 나에게 진리를 속삭인다네. 다만 나에게 온 성령은 자네의 성령과는 이름이 다르다네. 그리스령이라고 하지.


교수: 성령이라는 걸 자네가 입증할 수 있나?


사티레브: 자기 머리에 뇌가 있는지도 장담 못하는 교수님이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그리스령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마 교수님은 X레이나 MRI로 머리를 찍어본다면, 인화된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하루에5번씩 기도하겠죠?

(교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나왔으나 교수가 그쪽을 바라보자 웃음소리가 멈췄다.)

 

사티레브: 장난은 그만하도록 하지. 제우스 하나에 쩔쩔매는 주제에 시바(Shiva),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 등은 어떻게 상대할 건가. 자네가 펴는 그 알량한 논리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될수 있다네. 심지어 야훼를 뜯어먹는 전설의 코요테를 생각해볼 수 있겠네.


학생: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입니다.


사티레브: 자네들이 소위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비하면 아주 신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옥이니 심판이니 하며.


학생: 좋습니다. 제 논리가 악용될 여지가 있음은 인정합니다만, 논리 자체에서는 모순점을 찾지 못하신 것 같군요.

(사티레브는 크게 웃었다.)

 
사티레브: 지금, 자네는 자네의 논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 좋아, 그럼 자네가 언급한 걸 이야기해보지. 자네는 진화를 부정하는 것 같던데, 아닌가?


학생: 창조를 전 믿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 누구도 진화하는 과정을 본 적 없으며, 그건 단순히 이론에 불과합니다.


사티레브: 단순히 이론? 허… 자네가 진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화하는 과정이 관측되지 않아서겠네, 자네의 말에서 유추하자면.


학생: 그렇습니다.


사티레브: 화석이 있지 않은가?


학생: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기에 화석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싱링크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학생의 말에 사티레브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강의실 왼쪽의 학생들도 입에 웃음을 머금고 상황을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자네는 내가 아기에서 지금의 성인의 몸으로 성장했다고 보는가?


학생: 그렇습니다.


사티레브: 자네가 내 성장과정을 관찰했나?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랬을 수도 있지 않은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수는 민망함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자리에 앉았다.)

 

학생: 사진이 있을 것 아닙니까?


사 티레브: 물론이라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사진이 있지. 나머지 사진들은 애석하게도 집에 화재가 일어나서 잃었다네. 하지만 나의 성장을 말하기엔 사진이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 많은 화석도 충분치 않은 자네가 5장 밖에 안 되는 내 사진으로 나의 성장을 장담할 수 있겠나. 물론 내 사진이 백 장 넘게 있다고 해도, 자네에겐 하염없이 부족하겠지. 미싱링크라는 말, 들어봤나?


학생: 사티레브 씨에게 미싱링크가 있단 말입니까?


사티레브: 그렇다네. 난 태어나자마자 제니퍼 로페즈의 몸으로 살았다네. 그러다가 헤라 여신의 시샘으로 인해 지금의 평범한 몸이 되어버렸지.

(학생은 할 말이 없었다. 사티레브의 말장난이 주는 당황스러움과 그게 자신의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에 그는 땀을 흘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티레브: 당황스러울 거네. 난 자네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해야 할 의무감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네. 자네의 논리대로라면 난 제우스를 숭배하며 번개 걱정 없이 비오는 거리를 걸을 수 있고 남들에게 제니퍼 로페즈 시절을 자랑할 수 있지. 자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망상을 실재한다고 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버렸네.


학생: …


사 티레브: 진화론은 양상이라네. 태초의 생명체를 설명하는 게 진화론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네. 함수로 보자면, x값이 0일 때의 y값을 찾는 게 진화론이라는 학문이 아니네. 우린 x값에 따른 y값의 변화 양상을 명명하고 그걸 연구할 뿐이네. 화석이 부족해서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수천 개의 점을 구해놓고도 그래프 하나 못 그리는 순수한 중학생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라네.

(학생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학생: 그러면 열, 빛에 관한 제 의견도 문제가 있습니까?


사 티레브: 당연하지. 선한 신, 악한 신에 대한 것 말인가? 자네는 열과 차가움, 빛과 어둠의 예시를 통해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저 교수를 눌러보려 했지. 하지만 선과 악은 분명 따로 존재한다네. 선이 약하면 악이 되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걸세.


학생: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티레브: 애초에 이해를 했다면 그런 멍청한 발언은 꺼내지도 않았겠지. 예를 들어봄세. 자네가 빅맥을 먹고 싶은 데 50센트가 부족하다고 해보자. 만약 내가 자네에게 50센트를 준다면, 나는 선한가?


학생: 선합니다.


사티레브: 그럼 내가 자네에게 1센트를 준다면?


학생: 마찬가지로 선합니다.


사티레브: 내가 한 푼도 주지 않는다면?

(학생은 망설였다.)

 
사티레브: 선하지 않지. 그러나 이게 악한 건 아니라네. 내가 자네의 1센트를 뺏는다면, 그건 악한 행동이겠지. 열의 부재가 차가움이라고 했지만, 선의 부재는 악이 아니라네. 선도 악도 아닌 그 중간적인 것이 자네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세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자네에게 50센트를 주지도, 빼앗지도 않는 자들이 지천에 널려있다네. 이런데도 선의 부재를 악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는가?

(학생들은 사티레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질렀다. 교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티레브: 정리하지. 자네는 선과 악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여 다시는 나와 볼 일 없을 저 교수를 함정에 빠뜨렸고 진화론에 대한 자신의 이해 부족을 관측의 부족으로 보는 오만한 발언을 했다네. 신이 오감으로 지각되지 않는 대상이라며 이미 상식으로 인지하고 있는 전자기파를 예시로 들고 나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사티레브는 학생 앞으로 걸어갔다. 학생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거증책임은 자네에게 있다네. 신이 있냐고 질문한 건 교수라네. 그럼 자네는 교수가 무엇을 얼마나 아느냐에 상관없이 신이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어야 하네. 결국 자네가 말한 것들 중 신이 있다는 증거 또는 논리를 내포한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자네는 고작 교수의 말에 말도 안 되는 답을 해놓고서 결국엔 믿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 자네는 신이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믿은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함을 밝힌 꼴이 되었지.

(학생은 답을 하지 못했다.)

 

사티레브: 천하의 교수가 저 정도인데, 갓 유치원에 입학한, 또는 갓 중-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얼마나 자네 말에 쉽게속아 넘어가겠는가. 허나 언제나 그러하듯 자네들의 말은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네.
자, 이제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어디서 끌어올 건가?


학생: 성경이 있습니다.


사티레브: 자네, 아까 그리스 경전의 그리스령이 한 말을 잊었나? 판도라의 상자라니까. 반증할 수 있는가?

(사티레브는 웃으며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학생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와 학생을 힐끗 쳐다보며 밖으로 나갔다.
 강의실에는 교수와 학생만이 남았다.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Satirev=Veritas

라틴어로 진리랍니다.

 

 

ⓑ-② 학생에 대한 두번째 반박-또다른 논지 by 베를린의 망령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학생은 유감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무도 교수님의 뇌를 감각 기관을 통해서 느껴보지 못한 것 같군요. 과학의 실험, 확인, 증명 방법에 따르면 교수님은 뇌가 없으십니다."
교실은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학생은 자리에 앉았다.
그 소란 와중에, 청강생으로 참석한 듯한, 양복을 빼입은 한 중년 남자가 짧은 콧수염을 매만지며 일어섰다.

" 이보게, 당장 교수의 두개골을 열어 뇌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면 어떨까?"
그 학생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게 무슨 소리죠? 당신은 누굽니까?"
중년 남자는 교단 앞으로 가서 교수의 어깨에 손은 얹으며 말했다.

" 요즘은 의학 기술이 발달해서 두개골을 열어 본다고 사람에게 큰 위해가 되는 일은 없지. 그러면 지금 이 교수를 이 학교 병원으로 보내 두개골을 열어보면 어떨까? 아니, 그럴 것도 없지. 요즘은 '단층 촬영 기업(MRI)'이라는 것도 있다던데 말이야. 눈으로 확인해 보면 어떨까?"
학생은 당황하며 일어섰다. 교실은 다시 정적 속에 잠겼다.

"그걸 확인해 본다는게 어떻다는 겁니까?"
중년 남자는 교수를 밀어내고 교단 위에 서서 그 학생을 노려보았다.

"자넨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어. 교수의 뇌는 언제든지 열어 볼 수 있지만 신은 그럴 수 없지. 신의 존재를 느낄 가능성이란게 있기나 한 것인지 묻고 싶다. 자네의 말은 논리적으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체가 없어."
학생은 다시 입을 열었다.

"신을 증명하진 못하겠지만 신을 부정할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과학에도 요류란 것이 있습니다."
중년 남자가 턱을 괴고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전부 비논리적인 반박에 불과해. 이분법이 어쨌다는 건가? 자네는 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 학생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신은 성경에 나온 대로, 전지전능한 창조주입니다."

"그건 웃긴 설명이군. 우리의 생각이 신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고 했나. 그렇다면 자네의 뇌 속에 들어찬 그 신에 대한 생각들이야말로 자네의 신을 규정지어버리는 것이다. 이분법이든 뭐든 자네 역시 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입으로만 떠들고 있지 않은가."
학생은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성경은 신에 대해서 그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년 남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신은 절대선인 존재이면서 이 세상의 악을 만들어낸 꽤나 악취미적인 작자가 되는 거로군. 자네는 신을 본 적도 없고, 만진 적도 없고, 냄새맡은 적도 없으며 관찰은 더더욱 해 본 일이 없지."

"하지만 그건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진화를 관찰한 일이 있습니까?"
중년 남자는 검은 제복의 옷깃을 접으면서 대답했다.

"있지. 37년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핀치의 부리를 연구한 사람이 있다네."
학생은 이상한 얼굴로 물었다.

"다윈을 말하는 겁니까?"

"아니. 생물학자 부부야. 그 둘은 짧은 시간 동안 핀치 부리의 벼화과정을 관찰하고 진화방향을추적, 예측했네. 진화는 그렇게 긴 시간동안 무작위적 돌연변이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네. 진화론 역시 진화하고 있어. 자네가 그렇게 만만히 볼 것은 못되네."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가 끼워 맞춘 이야기들 중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틀렸어. 핵심적인 것이 말이지. 자네는 논점을 교묘히 흩뜨리면서 이 멍청한 교수에게 원하는 답을 유도시켰네. 빛의 부존은 어둠. 하지만 선의 부존재가 악인 것은 아니야. 자연과 인간 뇌속의 개념을 혼동하지 말게. 아까 멍청한 답을 했던 저 학생이 이 교실에서 나간 후 자네를 찔러 죽인다면 어떨까? 자네의 돈을 빼앗기 위해서 말이지."

"그건 악한 행동입니다."

"그래. 악한 행동이지. 하지만 선의 부재는 아니야. 선의 부재라는 것은 자네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죽어가고 있을 때 옆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자네를 내버려두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지. 악한 행동은 분명히 개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자네 말대로의 관념이 인류 보편적인 것이라면 악하다, 나쁘다란 말은 생겨날 수가 없겠지. 선하지 않다. 좋지 않다로 모든 것이 해결될 테니까. 마치 조지 오웰이 쓴 <1984>의 세계 같지 않은가."
학생은 아무 말이 없었다.

"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다면 내용 없는 반박과 성경이라는 부정확한 책에 의지하지 말고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게. 나머지는 전부 쓸데없는 행동일 뿐이야. 나는 그런 것을 싫어한다."
학생은 제모를 눌러 쓰고 문 밖으로 나서는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 난 1945년 4월, 베를린의 망령일세."

 

 


ⓒ 아나야함에 의한 역반박과 그에 대한 재반박 by 자을

 


아나야함(anayaham): 표정들이 좋지 않군요. 별 일도 아닌 것 같은데요.


교수: 자넨 항상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이로군.

(강의실 구석 자리에서 항상 졸고 있던 학생이었다. 모두들 나가고 나서도 아나야함은 그 자리에 계속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그는 평소에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없었다. 교수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처음이었고, 그의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시 보니 그의 얼굴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이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까지, 그는 표정에 따라 시시각각 얼굴이 변하고 있었다.)


아나야함: 이보게 학생,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온 게 아닌가. 뭘 한 방 먹은 표정을 하고 있는 건가, 바보같이.


학생: 그러나 제가 신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냐아함: 그럼 자네는 이제부터 신을 믿지 않을 텐가?

(학생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답한다.)


학생: 아닙니다. 저는 믿습니다.


아나야함: 좋군. 그렇다면 내가 한 가지 힌트를 줄 수 있을 것 같네. 물론 자네에겐 별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나야함은 여전히 한 손으로 턱을 괴고서 심드렁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나야함: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뿐이지.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확실해진 게 있네. 아무도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은 사티레브군이 열심히 설명했지? 또한, 자네가 처음 주장했던 대로, 아무도 신이 부재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 이것 역시 확실하네.


학생: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도움이 됩니까?


아나야함: 논리적으로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가능하다네. 그게 가능한 것이었다면 지난 수천 년 인류의 문명에서 탄생한 수많은 현자들이 이미 해냈을 거라네. 물론 자네도 나도 한 명의 인간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불가능한 것은 불가능할 뿐이겠지.

(학생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아나야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와서 당연해진 것들을 왜 되새기는가.)


아나야함: 문제는 그 논리의 사용 방식에 있네.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은 그런 쓸데없는 것을 위한 것이 아니야. 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논리적으로 접근해보세.

(이때 아나야함의 얼굴은 갓 대학교에 입학한 듯한 어린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나야함: 하나의 내기를 떠올려보세. 자네가 A를 선택하면, 자네는 이기든 지든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어떤 손해도 없지. 그리고 B를 선택하면 자네가 질 경우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지만, 이길 경우 굉장한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네. 물론 지더라도 아무런 손해는 없고.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학생: 당연히 B를 선택하겠습니다.


아나야함: 그렇겠지. 바보가 아닌 이상, A를 선택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B를 택하면 경우에 따라 무언가 얻을 수 있으니까.


학생: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십니까?


아나야함: 간단히 말하면 이거네. A는 신이 없다고 믿는 경우고, B는 신이 있다고 믿는 경우지.

(학생은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민스러운 표정을 했다.)


아나야함: 쉬운 이야기네. 자네가 믿고 있는 기독교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신과는 다르지만.

(아나야함은 열정적인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나야함: 자 여기 A를 택한 사람이 있네. 만일 그가 죽게 되고 나서 확인한 바, 내기에서 이겼다면, 신은 없는 것이 되겠지? 그럼 그는 어떻게 되겠나? 신이 없는 세상에서 부활이나 천국 따위가 있을 것 같은가? 그럼 그는 내기에서 이겨서 무엇을 얻었는가?


학생: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아나야함: 만일 반대로, 그가 내기에서 졌다면?


학생: 신이 있는 경우로군요.


아나야함: 그렇다네. 자네들의 논리에 의하면 그는 지옥에 가게 되겠군. 이건 아무래도 좋네. 지옥이 있든 없든 말이네. 아무튼 A를 택한 사람은 내기에서 이기든 지든 아무런 득이 될 것이 없네. 자 그럼 B를 택한 사람을 볼까?


아나야함: B를 택한 사람은 내기에서 이긴다면, 신이 있다는 것을 믿었으니 천국에 가게 되겠군. 내기에서 진다면 신이 없었던 것이 되니까 얻을 것이 없는 것이고. 만약 현명한 사람이라면 A를 택하는 것이 좋을까, B를 택하는 것이 좋을까?


학생: B를 택하는 것이 좋겠지요.


아나야함: 그렇다네. 나 역시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할 능력은 없네. 그러나 신이 있다고 믿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은 쉽게 설명할 수 있지.

(그때 가만히 있던 교수가 입을 열었다. 나이가 많이 들긴 했고, 학생과 사티레브에게 휘둘리기는 했지만 대학 교수 자리는 딱지치기해서 딴 것이 아니었다.)


교수: 그러나 그것은 억지일세. 두 가지를 지적하겠네. 먼저 도박의 문제네. 신이 있을 확률과 없을 확률이 50:50이 아니기 때문이네. 확률을 알 수 없는 도박에 도박사는 배팅을 하지 않지. 자네는 신이 있을 경우와 없을 경우를 나누어서 설명했지만, 그 각각이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나를 선택할 수는 없네.


아나야함: 좋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무엇이지요?


교수: 다른 하나는, A를 택한 사람이 얻을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네. A를 택한 사람은 신이 없다고 믿고 있네. 그런데 과연 그가 내기에서 이겼을 때, 정말로 득 될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가?


아나야함: 교수님께서는 어떤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겁니까?


교수: 신이 없다고 믿는 사람은 천국이나 지옥 따위를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은가? 만일 내기에서 이긴다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으니 득을 본 것이 아닌가?


아나야함: 좋은 지적입니다. 저도 여기서 끝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저 학생은 여전히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될 테니까요. 제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존재에 대한 당위성의 문제입니다.

(학생은 생각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급기야 노트를 꺼내어 대화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아나야함: 결론은, 인간은 모두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절대 명제입니다. 이것이 신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교수: 나도 궁금하군.


아나야함: 신이 있다고 믿는 인간과 신이 없다고 믿는 인간, 어느 쪽이 도덕적인 삶을 살게 될까요?


교수: 그야 물론 신이 있다고 믿는 쪽이겠지.


아나야함: 그렇습니다. 신이 있다고 진실로 믿는 인간이라면, 결코 나쁜 짓을 하지 않겠지요. 왜냐면 신은 전지전능하기 때문이죠. 신이 자신의 잘못을 모조리 알고 있을 테니까요. 신을 거짓으로 믿는 자들이 아니라면, 당연히 도덕적으로 살아야 할 책임을 느끼겠지요.


교수: 그러나 많은 회교도인들이나 기독교인들 역시 범죄를 저지르고 있네.


아나야함: 그들은 거짓된 신을 믿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몇몇 선량한 교인들 또한 거짓된 선지자들에 의해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신 앞에 선 단독자입니다.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어요. 그런데도 그들은 목사나 신부를 통해 회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 자네는 마치 종교를 부정하는 것처럼 말하는군.


아나야함: 그렇게 들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신의 기능에 대해 더 말씀드리고 싶군요. 우선 자신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신이 있다고 믿는다면, 우리가 겪는 많은 고통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 신은 어떤 신이라도 상관없지요. 애초에 개개의 인간의 내면에 하나라도 같은 신이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모두는 각자가 그리는 신이 있게 마련입니다. 기독교인 스무 명이 느끼고 떠올리고 기도하는 하느님은 모두 다를 테지요. 왜냐면 그것은 결국은 한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수는 눈을 반짝거리며 아나야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나야함: 신을 진실로 믿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에 많은 의문들에 나름의 해답을 갖게 됩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각자의 고통이 조금씩이나마 줄게 되겠지요. 이것이 실현된다면 우선 자신의 고통이 줄어들 것이고, 그것은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고통의 총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교수: ......


아나야함: 그렇게 모두가 신을 믿게 되면, 애써 천국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가 신과 독대하면서 살아간다면 세상은 그 자체가 천국이 될 것입니다. 왜냐면 자신 스스로부터가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테니까요.


아나야함: 결론은 조금이라도 스스로가 똑똑하거나 현명하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역시 신을 믿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좋다는 것이지요. 종교인들은 신을 바보로 만들고 있습니다. 신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신을 혐오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러나 신은 그 존재만으로도 인간을 도와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학생: 혼란스럽습니다. 아무도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어요.


아나야함: 자네는 성경이라는 독단에 빠져 있기 때문이네. 부처에 대해서 들어보았는가? 그는 신은 아니지만, 신만큼이나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 그렇다면 그가 신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인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기능을 하느냐일세. 우리는 결국 하나의 존재로서의 인간이네. 인간은 행복해지면 그걸로 되는 것일세. 신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는 것이지. 그게 올바른 인간의 이성의 사용 방법이네.

(아나야함은 크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하더니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아나야함: 교수님, 다음 수업 시간에는 사티레브군과 다른 수강생들 모두 함께 토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즐거웠습니다.

(멀어지는 아나야함을 뒤로 하고, 학생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고, 교수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티레브가 나갔을 때는 모든 것이 사라진 듯한 공허함만이 가득했으나, 지금은 무언가로 강의실이 가득 차 있는 듯했다. 남향으로 난 창문으로 햇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자을(子乙) : 거기 젊은이 잠시만 기다리시게

 
아나야함(무심한 표정으로) : 저 말씀인가요?

 
자을 : 그래 거기 자네 말일세

 
아나야함 : 무슨 일이시죠?

 
자을 : 아까 그 강의실에서 자네가 한 말은 정말 인상 깊었네 신이 다 무언가? 천지지간 만물지중에 유인이 최귀라 하였네. 신이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끝인게지 그렇지 않나?

 
아나야함 : 그렇죠.

 
자을 : 헌데 말일세 나는 괴이하고 강제로하며 어지럽히며 귀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를 안았지만 신을 믿는다고 자처 하는 사람들 보다 더 도덕적으로 살았다고 자부할수가 있네 그렇다면 과연 유신론자가 무신론자 보다 더 도덕적이라는 자네의 생각은 타당한가? 무신론자라도 유신론자 보다 더욱 더 도덕적으로 살수 있지 않겠나? 즉 신이 있거나 없거나 사람은 도덕적으로 살수 있는게 아닌가 말일세 자네의 그 생각은 그저 이상론에 지나지 안아... 신이 있다고 믿으면 더 도덕적일것 같지만 과연 그러하던가?

 
아나야함 : 하지만 개개인이 신을 진실로 믿는다면 도덕적으로 살수 있지요.

 
자을 : 하지만 믿지 않는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살지 못하는게 아니라네. 젊은이 중요한 것은 그들을 어떻게 교화(敎化)하느냐 이지 무엇으로 교화하느냐가 아니란 말일세.

 
아나야함 : 하지만 신이 그 교화의 정당성을 부여할수 있지요

 
자을 : 그래 교화의 정당성을 부여할수 있네. 하지만 교화의 정당성을 꼭 신의 권위에 의존해야 하나?

 
아나야함 : 그렇다면 다른 수단이 있나요?

 
자을 : 서(恕)일세! 내가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것 이것이 교화의 정당성이자 도덕의 시작 원리이지.

 
아나야함 : ...

 
자을 : 그리고 자네가 말한 그 도박 말일세. 그 도박은 수학교과서에도 나오는 어떤 수학자가 이야기 한 것으로 알고있네만... 수학자인것이 조금 의심스럽구만... 자네는 신을 믿지 않는 경우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해놓고 교수가 자네의 오류를 지적하자 신의 존재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로 말을 흐렸네. 어찌 되었든 신을 믿지 않는 경우에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 사실은 현존하는 무신론자들에게서 보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꼭 신을 믿어야만 하는 건가?

 
자을 : 애초에 자네는 이 대화의 시작부터 이해하지 못한것 같구만. 신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어째서 신은 필요한가의 문제로 끌고 왔는지 모르겠고 또한 신이 필요한 존재인지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것 같구만... 젊은이 자네의 말은 일리가 있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네의 말이 진실인 것은 아니네. 선의의 거짓말이 도덕적으로는 옳을수도 있고 그를수도 있지만 거짓말이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게 아닌가? 조금 더 깊이 헤아려 보시게나...





6
profile

[레벨:39]08 김용주

2011 October 31,
Mon 23:13

잘 읽었습니다 ㅋㅋ완독했습니다 ㅋㅋㅋ

profile

[레벨:58]06조대웅

2011 November 01,
Tue 11:24

이 글을 읽으니 미국에서는 12월24일을 크리스마스라고 안하고 홀리데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이러한 갈등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죠 ㅋㅋ

profile

[레벨:12]조니정

2011 November 02,
Wed 15:18

겸손아 잼있다.ㅋㅋㅋㅋ 너는 어디까지 가있니?

profile

[레벨:32]검왕무황

2011 November 03,
Thu 15:22

흠... 전 실험실인데요??ㅋㅋㅋㅋ 어디까지 가있냐는게 무슨뜻???ㅎㅎㅎㅎ

profile

[레벨:68]06 송태호

2011 November 03,
Thu 11:35

재밌네 ㅋㅋ 저번것도 재밌었는디 왜지웠냐 ㅋㅋ

 

난 사티레브가 말하는게 맘에 쏙든다 아주그냥 ㅋㅋ

profile

[레벨:32]검왕무황

2011 November 03,
Thu 15:23

저번건 호응도가 없어서...ㅋㅋㅋ 그런데 이것도 호응도 없음... OTL



나의 소셜 정보
powered by SocialXE

♥→♥→♥→ ←♥←♥←♥
List of Articles
번호
공지 중앙일보 대학평가 산업공학 결과(2018년 실시) file [2] [레벨:100]박찬민 2018-11-05 49279 2
공지 [에듀진] '전공경쟁력' 국립대 1위 전남대. 산업공학과 상위 10% 이내 file [레벨:100]박찬민 2018-08-10 42664 1
449 나는 언제 행복한 사람인지? [1] 딴지 2011-11-09 7590  
448 [스압] 한미 FTA , ISD와 볼리비아 [레벨:58]06조대웅 2011-11-08 6025  
447 두산중공업 공모전 관심있으신 분 계신가요? file [4] 영준 2011-11-08 4856  
446 [스압]한미FTA의 루머의 실체에 대하여 [2] [레벨:58]06조대웅 2011-11-07 5148  
445 사륜안!!!!!!!!! [1] [레벨:32]06 안겸 2011-11-05 7643 1
444 [스압][만화]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미 FTA 한번 알아보자 [5] [레벨:58]06조대웅 2011-11-04 5332  
443 교양 문학 답 file [2] [레벨:30]07김기영 2011-11-03 7577  
442 수능날 이런일은 없기를... [1] [레벨:32]06 안겸 2011-11-03 7703  
»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글... [6] [레벨:32]검왕무황 2011-10-31 4467 2
440 웃긴이야기 ㅋㅋㅋ 욕삼이 ㅋ(음성필요) file [9] [레벨:68]06 송태호 2011-10-24 982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