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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February 2014, Tue by freedom



어린 시절의 첫 기억, 대여섯살쯤 되었을까? 어린시절 나는 광주에서 할머니 손에서 컸다. 그날은 웬일인지 담양의 부모님 집에서 자는 중이었다. 상하방의 윗방에서 우리 형제들은 자고, 아랫방에서 엄마랑 아빠랑 주무신다. 자는 중에 소란스러워서 일어났다. 엄마가 흐느껴 울고 있고, 아빠가 그런 엄마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엄마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흐느껴 울고만 있다. 아빠가 손찌검을 한 것도 같다. 소란스러워 깬 나는 무섭다. 두렵다. 하지만 나는 어린 아이의 결정이라고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한다. ‘내가 깨어 난 것을 알려선 안 된다!’ 나는 그저 그렇게 장농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운다. 울음소리가 세어 나가면 엄마 아빠가 내가 깨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울음을 꾹 삼키고 그냥 그렇게 미동도 않고 하염없이 운다. 눈물이 주루룩 주루룩 흘러내린다. 무섭다. 두렵다. 그러나 어찌할 수 없다. 이렇게 하염없이 울 뿐.

 

어렸을 때부터 형과 나는 광주에서 할머니 손에 컸다. 할머니는 팔남매인 삼춘들과 고모들을 키우고, 생계를 위해 하숙을 친다. 여섯살쯤 되었을까? 어느날 삼춘에게 혼이 난 나는 (삼춘에게 혼이 나서 집을 나갔다는 것은 나중에 아버지에게서 들어서 안 사실이다) 담양에 있는 엄마를 만나러 가겠다며 혼자 길을 나선다. 담양까지 몇 번 다녀본 기억이 있어서인지, 어린아이가 가기에는 먼 길을 걸어, 결국 담양가는 버스정류장까지 잘 찾아 간 모양이다. 용케도 담양가는 버스를 올라 탔으나 그 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인지 울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다행히 승객 중 한 분이 담양의 파출소에 울고 있는 나를 내려주었다. 파출소에서 울다가 화투치는 경찰들 사이에 화투구경을 했다. 내가 파출소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밤 늦게 아빠가 나를 데리러 왔다. 그리곤 근처 점빵에서 빵을 사주셨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광주에 집이 마련되어서 주말보다 가족이 모여 살 수 있었다. 집을 깨끗이 청소해 두면 아빠가 칭찬을 많이 해 주셔서 주말에는 할머니집에서 미리 집으로 가서 형이랑 같이 대청소를 했다. 청소가 끝나면 엄마를 기다리러 버스정류장에 나간다. 버스가 올 때마다 고개를 쑥 내밀고 6번 버스인지를 확인한다. 6번 버스가 맞으면 벌써 엄마가 온 냥 반갑다. 내리는 승객들 중 엄마를 찾는다, 눈이 튀어나오도록. 역시 엄마는 아직이다. 그렇게, 많은 버스들, 그리고 몇 대의 6번 버스들을 보낸다. 드디어 엄마가 내린다. 엄마의 얼굴이 기쁨으로 터질 것 같다. 나는 이미 하늘나라로 승천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감격해 운다. 나중에 형에게 그렇게, 하냥 엄마를 같이 기다리지 않았었냐고 물었지만, 형은 전혀 기억에 없단다.)

 

엄마는 할머니랑 사이가 안 종았다. 특히 온가족이 모이는 명절 때 엄마는 집에 혼자 남는다. 아빠와 우리 형제들만 할머니에게 가서 명절을 지낸다. 가끔 엄마가 같이 할머니 집에 올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혼이 났는지, 엄마가 구석에서 흐느껴 운다. 그런 엄마를 보고 나도 운다. 엄마가 울면 나도 늘 그렇게 울었다. 어린 시절의 첫 기억 때부터, 그렇게 하기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엄마가 울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 줄줄.

 

어른이 되고 전남대에 부임한 나는, 주말부부 생활을 한다. 금요일 오후 광주에서 모든 일들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한다. 일분일초라도 빨리 대전의 집으로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김서와 김태가 날 기다리고 있다!’ ‘아니야, 그건 어린 김남기가 투사된 것일 뿐이고, 실제로 김서 김태는 내가 올라오는 지도 모르는 천진한 어린 아이들일 뿐이라’라고 해도, 나는 뛰어야 한다.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을 가고 있는 중에도, 나는 택시에 앉아 뛰고 있다. 대전 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 두대 꼴로 있다. 유성 가는 버스까지 합하면 시간당 세대가 있을 때도 있다. 이번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가 또 있다. 하지만 나는 뛰어야 한다. 이번 버스를 반드시 꼭, 꼬옥, 타야만 한다. 일분 일초라도 빨리 집에 도착해야 한다. 버스 터미널로 달리던 택시가 신호에 막히면 나는 버스시간에 늦을까 안절부절 한다. 신기하게도 나는 내가 타고자 했던 버스를 놓친 적이 거의 없다. 비록 땀으로 범벅이 되서 버스를 타는 경우가 있지만.

 

주말부부 생활이 10년이 넘었다. 지금은 그렇게 택시에서 뛰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안다. 이번 버스를 못 타면, 다음 버스를 탄다. 오늘 밤 늦게라도 집에 못 올라가면, 내일 아침 일찍 대전 집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처음보다 여유 있어 졌다. 하지만 아직이다. 주초에 광주에 내려오면 광주에 몇 일이나 머물지가 어느새 이미 계산되어 있다. 매일 밤 몇 밤을 더 자면 다시 대전의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지를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세고 있다. ‘세 밤 남았다,’ ‘두 밤 남았다,’ ‘하룻 밤 남았다.’ 광주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반사적으로 대전 집에 갈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지 반사적으로 검토한다. 행여 집에 갈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그런 일이 일어난 것에 화가 난다. 어떻게든 원래 계획에 차질을 주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광주에선 늘 무슨 일이 생길까 긴장한다. 행여 일이 생겨 내가 집에 가는 것을 방해할까 봐 두렵다. 드디어 대전 집에 간다. 대전 집에 도착하면 몇 일을 대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지를 나도 모르게 이미 세고 있다. 보통 새벽 녁 어스름에 잠이 깨면, ‘이틀 더 같이 있을 수 있다,’ ‘하루 더 같이 있을 수 있다,’ ‘아! 오늘이 마지막이다’ 한다. 김서 김태랑 같이 누워서 잠을 청할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이렇게 부비고, 놀다가, 잠만 자면 된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이렇게 같이 놀다 같이 잠만 자면 된다.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나를 얼마나 긴장시키고 힘들게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나처럼 이렇게 사는 방식이 결코 객관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으며 내 자신이 만들어낸 주관적인 환상일 뿐이라는 것도 잘 안다. 일이 생겨서 대전 집에 늦게 올라가게 될까 늘 긴장하고 전전긍긍하는 내 자신이 힘들다. 그래서 바꾸고 싶다.

 

전남대에 부임한 지난 10여년 동안 아무리 바쁘고 일이 많고 힘들어도 주말에 대전 집에 올라가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다. 반드시 대전 집에 올라갔다. 기필코. 나의 이런 태도를 어떻게든 바꿔 볼 심산으로 주말에 광주에 일을 만들어 대전 집에 올라가지 않는 시도를 두어번 해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도는 그 때뿐이고, 내 방식은 요지부동이다. 내 방식이 틀렸고, 내 방식이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머리로는 너무 잘 이해한다. 이런 방식 때문에 몸도 마음도 힘들다는 것도. 그래서 이런 날 변화시키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제외한 나의 살과 피의 모든 세포는 지금 이 순간에도 N극이 S극에 끌리듯 집으로 향해 달려간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혹은 상처들이) 씨앗이 되어, 오해를 시작하게 되고, 수 많은 날들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이벤트들을 거쳐오며 그 오해를 키우고 강화하고 살아 온 것 같다. 그래서 ‘그 때 그 작은 오해의 씨앗이 정말 이렇게 큰 괴물이 된 거야?’라고 할 만큼, 처음의 씨앗은 그 처음과는 상상으로도 연결 지을 수 없는 기괴한 괴물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설령 기억의 조각조각들을 일일이 찾아내어 그 오해의 씨앗이 이렇게 커지고, 이렇게 변형되고, 이렇게 휘고, 저렇게 부풀어 올랐다는 것을 속속들이 밝혀낸들, 그래서 그 씨앗이 지금의 이런 괴물이 되어 간 성장과정을 소상히 밝혀내고, 그 모든 것이 내가 만든 거대한 오해의 드라마일 뿐이었음을 이해한다고 한들, 내가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그저 나만의 오해였음을 인정한다고 한들, N극이 S극에 끌리듯 여전히 집으로 향해 달려가는 내 살과 내 피의 모든 세포 들도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나를, 내 삶의 방식을 바꾸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벽에 부딪힌 것 같은 느낌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바꿔 낸 사람들, 죽지 않고 다시 태어난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그렇게 했냐고. 막연히 추측해 본다. 몸과 마음의 진정한 변형을 가져오는 것은 현재의 몸과 마음의 차원 (혹은 기억과 그것의 해석의 차원)을 떠난 전혀 다른 차원(혹은 영혼)으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같은 것은 아니냐고.


2014년 2월

눈이 내릴 듯 말 듯

사랑,

http://ie.jnu.ac.kr/6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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