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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November 2013, Tue by 남기C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 내 안으로 떠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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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에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얘기할 수 있게 돼서 기뻐. 덕분에 난 1년이 넘도록 가슴에 적어두었던 이 얘기를 이렇게 글로 정리할 수 있었어. 고마워.

 

2011년 가을학기를 마치고, 8년동안의 긴 마라톤을 마친 마라톤주자처럼 널브러졌어. 8년동안 정말 미친놈처럼 달린 것 같아. 미친 놈이 맞는 게, 내가 나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니 미친놈이지 뭐야. 나는 전남대에 부임하고 난 그 8년 동안, 별 볼일 없는 전남대 교수들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교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고, 자상하고, 강의도 잘하는 그런 교수. 특히, 사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삶의 지혜를 겸비한 교수. 얼마나 힘들었겠어? 삶의 지혜가 없는 사람이 지혜로운 척하며 그 세월을 살았으니. 아니면서 그런 척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냐구. 그래서 그렇게 널브러졌어.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버렸어. 그렇게 연구년을 갖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버티지 못했을 거야.

 

2012년 연구년을 맞아 미국으로 건너가긴 했지만, 나는 인도로 떠나는 준비를 했어. 인도에서 한 두 달, 실컷 명상하며 쉬고 싶었어. 인도에 가서 원 없이 명상만 하는 것이 그 때의 꿈이었어. 모든 준비가 다 되었었지만, 와이프가 막아 섰어. 인도행 비행기를 예약할 때, 아이들과 자신의 한국행 비행기를 세 장 더 예약하라고 하더라고. 결국 낯선 땅, 낯선 사람들 틈에 와이프와 아이들을 남겨두고 떠나질 못했어.

 

2012년 가을, 매주 다니던 요가모임의 선생님께서 비파사나 명상 1112일 코스에 참석하게 되어서 요가모임을 한 주 쉬신다고 했어. 나는 그 때, 비파사나 명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어. 하지만, 나도 무주건 가고 싶다고 말했어. 그날 밤 집에 오자마자 참가신청을 했어. 인도에 못간 대신 이거라고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무조건.

 

그렇게 가게 된 메릴랜드의 어느 시골, 비파사나 명상센터. 긴 가로수 길을 들어 가면서 다짐했어. 지금 이렇게 들어가는 나랑, 열흘 뒤 나오는 나랑은 다를 거라고. 나는 반드시 새로운 내가 되어서 돌아 나올 거라고.

 

나는 이 명상센터에서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하게 되. 내 가슴에 새겨진 세 개의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얘기해 볼께.

 

비파사나 명상 11 12일 코스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9 30분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침식사, 점심식사, 저녁 다과, 그리고 밤에 갖는 고엥카 선생님의 비파사나 강의 시간 외에는 하루 종일 앉아서 명상만 하는 코스야. 종일 앉아 있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명상하며 앉아있고, 또 명상하며 앉아있고, 또 다시 명상하며 앉아 있어. 그렇게 하루 종일 명상하며 앉아 있어. 앉아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몸은 통증으로 아우성을 치게 돼. 특히 나는 만성 요통이 있던 터라, 내 허리가 그 열흘을 그렇게 버틴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야. 아무튼 지독한 통증의 연속이었어.

 

코스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어떠한 대화도 금지되어 있어. 눈빛이나 제스처 조차도 허용되지 않아. 그래서 철저하게 혼자만 있는 것과 같은 환경이 만들어져. 처음엔 불편하지만, 이런 혼자만의 공간, 고요한 침묵의공간은 정말 아름다워.

 

그러던 사흘 째 인가, 나흘 째인가의 일이었어. 점심시간이었어. 여기 식사는 뷔페식으로 차려지는데, 음식들이 정말 맛있어. 점심을 먹다가 사과를 한쪽 더 먹고 싶어서 음식이 차려진 탁자 쪽으로 갔어. 그런데 사과가 한 쪽도 남아 있지 않은 거야. 하는 수 없이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는데, 그런 내 모습을 식당 한 구석에 절름발이 할아버지가 보셨나봐 (코스가 끝나고 날 안아준 그 할아버지는 샘이라는 자원봉사자였어). 고맙게도, 그 할아버지가 주방 안으로 들어가서 사과 몇 알을 더 꺼내 오셨어. 나는 사과 한쪽을 가지고 내 자리에 와서는 그 사과를 먹었어.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이 곳은 정말 희한한 곳이야. 나는 여기에 돈 한 푼 낸 적이 없는데 (명상센터는 모든 것이 무료이며, 기부와 봉사로 운영되고 있어), 이 곳은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고, 따뜻한 잠자리를 주고, 내가 그토록 원하던 명상을 실컷 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내가 명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런데 이 서비스는 뭐지? 난 사과를 더 달라고 말한 적도, 표현한 적도 없는데, 내 작은 몸짓을 읽어서 사과를 내어 주는 이 서비스는 뭐지? 지구상에 어떤 특급 호텔을 가야 이런 정성스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나 같은게 도대체 뭐길래 이런 서비스를 해 주는 걸까? 내가 해준게 뭐가 있다고.

 

사과를 씹어면서 생각은 다시 이렇게 이어졌어.

 

난 한평생 따듯한 잠자리에서 자고, 배 부르게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살았어. 내가 뭐길래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 왔을까? 내가 세상에 해 준게 뭐가 있을까? 난 뭐 하나 해 준 것이 없는데, 사과나무 한 그루 심어 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는 40여년을 이렇게 풍족하게 살았을까? 나 같은게 뭐라고, 이렇게 많은 것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을까?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나 같은게 뭐라고, 이렇게 많이 받았을까? 이렇게 끊임없이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을까?

 

한참을 식탁에서 말없이 울기만 했어. 너무나 감사했어. 모든 것이 다 감사했어. 눈물과 함께 그렇게 나에게 축복이 쏟아졌어.

 

칠일 째 쯤인가? 온몸의 고통이 계속되었어. 어깨도 짜그라 지는 듯이 아프고, 등도 곳곳이 쪼개지는 듯이 아프고, 망치로 맞아 멍이 든 듯이 아팠어. 고통을 감내하며 앉아서 계속 명상을 하는데, 나는 그날, 곳곳의 통증들이 내가 그토록 억눌렀던 또 다른 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 말이 뚱딴지 같겠지만, 내 경험을 그대로 묘사해 볼께.

 

대학원 때 논문을 쓰면, 논문 한편을 완벽하게 써 내기 위해 20~30번씩 퇴고를 하며 결벽적으로 논문을 쓰던 광적인 시절이 있었어. 내 논문은 어느 누구도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해야 했어. 그 시절 논문을 쓰며 모니터 앞에 앉을 때마다 등짝이 짜그러지는 듯한 통증이 심했었어. 그럴 때 마다, 나는 그 통증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지.

 

통증, 네 이 녀석, 닥치고 조용히 있지 못해! 지금 내가 얼마나 중요한 논문을 쓰고 있는지 알아? 그러니 국으로 가만히 있어! 방해하지 말고!

 

그 통증이 내 안에 숨어 있다가 다시 고스라니 되살아난 것을 알았어. 대학원 시절, 닥치고 조용히 있으라고 억눌러 놨던 나 자신이, 그렇게 내 안에 억눌려 있다가, 10여년을 넘어 다시 나에게 억눌렸던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정말 힘들었었다고, 너무너무 힘들었었다고, 그 때의 나는, 그제서야 나에게, 얘기하고 있었어.

 

곳곳의 통증은 내가 그렇게 못살게 굴고 몰아 부쳤던 나 자신이었어. 나 자신이 통증을 통해 그렇게 나에게 얘기하고 있었어. 나는, 모든 통증들에게, 용서를 빌었어.

 

미안해, 나도 몰랐어

용서해줘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통증 구석구석을, 나 자신을 어루만졌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정말 몰랐어

용서해줘

사랑해

 

그리고 다음날, 모든 통증은 사라졌어. 거짓말처럼.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었어. 새까만 구름이 자욱하게 낀 하늘이,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이 된 듯한 느낌!

 

열흘째부터는 사랑의 명상을 배워. 사랑을 온 주위로 그리고 온 우주로 내 보내는 명상이야. 나는 이 명상을 도대체 할 수가 없었어.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못살게 굴었는지 나는 알고 있었거든.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면, 얼마나 나 자신을 몰아 부쳤는지. 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내가 사랑한다는 아이들과 와이프까지도 못살게 굴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거든.

 

이런 나한테 사랑을 온 우주로 보내라니. 한 평생 동안, 나 자신만을 철저하게 챙기고, 나 자신과 가족들을 그렇게 못살게 굴어 온, 나 같은 놈에게 사랑이 어디 있길래! 보낼 사랑이 어디 있어? 나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는 나 같은 놈에게! 온 우주로 퍼뜨릴 사랑이라니!

 

마지막 날 새벽, 코스의 마지막 명상을 하는데, 내 안의 깊고 깊은 어둠 속에 아주 작은 불빛을 보았어. 사랑의 불빛, 아직 꺼지지 않고 살아 있는 아주 작고 가냘픈 불빛. 작지만 분명이 살아서 빛나고 있는 그 아름다운 불빛.

 

나에게 아직 사랑이 있다!

나도 사랑이 있다!

나도 사랑할 수 있다!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그 사랑을 온 우주로 보내기 시작했어. 나에게도 아직 사랑이 있다는 것이 너무 너무 감사했어. 그리고 그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사는 게 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공부를 시작하고, 명상을 시작하면서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바로 이거야.

 

남기야, 네 안에 사랑이 있어. 그리고 그 사랑으로 주위를 밝힐 수 있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사랑해.

 

2013 11월 낙엽이 떨어지는 날

사랑

남기

 

 

 

 

 

 

http://ie.jnu.ac.kr/6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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