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6년차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임창범 대리. 맞벌이 부부에, 20개월 된 아들을 둔 임 대리는 아들을 처가에 데려다주고 출근하지만 요즘엔 지각 걱정은 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자율출퇴근제가 도입돼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 대리는 중요 회의가 있는 월요일과 금요일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8시 이후에 출근한다. 전날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는 상사에게 간단한 메일을 보내고, 더 늦게 출근하기도 한다.
임 대리는 "심적 부담없이 편안한 맘으로 회사에 와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최근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율출퇴근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는 업무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개인 사정과 시간 계획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규정된 근무시간 8시간(식사시간 제외)을 채우면 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율출퇴근제는 지난 2005년 LG생활건강이 처음 도입했으며, 2009년 4월 삼성전자가 도입한 이후 크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SDI, 삼성LED, 삼성코닝정밀소재 등 전자계열사를 중심으로 확산됐으며, 올해 삼성물산 상사부문, 삼성SDS 등으로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자율출근시간은 오전 6시~오후 1시까지며, 자율퇴근시간은 오후 3시~밤 10시다.
다만 교대로 운영 중인 생산직의 경우 자율출퇴근제에서 제외된다.
LG그룹은 2005년 LG생활건강에 이어 지난해 LG이노텍, LG생명과학, 올초 LG디스플레이가 시행에 들어갔다.
LG생활건강 임직원들은 오전 7시와 7시 30분, 8시, 8시 30분, 9시 등 5가지 출근 시간대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서울 본사와 경기도 안산 부품소재연구소 직원을 대상으로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는 LG이노텍은 임직원의 40%가 이를 활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팀별로 자율적으로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구미·파주 등 지역 사업장에 근무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임직원들이 적극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SK텔레콤의 일부 부서 및 SK해운에 이어, 올들어서는 지난달부터 SK㈜, SK이노베이션이 팀장 재량 하에 시행하고 있으며, SK네트웍스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업무의 특성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천편일률적인 출퇴근 시간이 정답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라며 "변화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자율출퇴근제도의 의미"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월 신입사원과의 대화에서 "출근시간이 오전 9시여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포스코의 종합 에너지기업인 포스코파워는 한 달 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달 초부터 이를 도입했다.
교대근무자와 생산부서를 제외한 포스코파워 전 직원은 오전 7∼11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면된다.
포스코파워 윤갑수 팀장은 "그 동안에는 틀에 박힌 '9시 출근, 6시 퇴근제'였는데, 자율출퇴근제 시행 이후, 남는 시간에는 자기계발이나 육아 등에 활용하는 등 직원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자율출퇴근제 도입 업체들의 경우 업무효율이 높아지고 있어, 자율출퇴근제는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